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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참이나 지난것마냥 떠드는가 싶으나
사실은 모두 어제 하루동안 나에게 벌어진 이야기들이다.
안드로이드 새버전이 출시되었고(FroYo) 커널 버전은 v2.6.32 라 나왔다.
(물론 FroYo 브랜치가 릴리즈된 것은 아니고 ... ...)
그러므로 이번 주부터 2.6.32 커널 포팅 작업을 하고 있다.
오전부터 디버깅에 열을 올리는데, 점심은 귀찮으니 배달 시켜 먹자한다.
몇안되는 사원분들이 다같이 모여 오랫만에 단란한(?) 점심을 즐기는데,
갑자기 워크샾이야기가 나온다. (회사에서는 가급적 분기별로 워크샾을 갖고자 하고 있다)
이러다 저러다 그냥 못가고 말겠다는 우스갯소리와 그래도 가자가자 하는 이야기 속에서
갑자기 제주도 이야기가 나온다.(실장님의 본가가 제주도라신다)
그렇지 않아도 연구실 분들이 제주도로 학회를 간다하여 그저 부러워만하던 참이었는데,
잘 되었다 싶은 생각이 든다.
"무조건 가자, 일단은 가야 한다." 라 서로 이야기하며 바로 티켓을 예약한다.
하루종일 신이난다. 디버깅을 해도 짜증이 안나고 커널이 부팅되다 뻗어도 콘솔이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금요일 출발에 월요일 복귀라 업무를 미리 좀 해둬야겠다는 생각에 늦게까지 남아 커널 코드를 이리저리 갖고 헤맨다. 그래도 즐겁기만 하다.
어느새 담배도 떨어지고 정신도 몽롱해지는 게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주차장으로 내려가 온 종일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애마에 노곤한 몸을 싣는다.
늦은 시간 답지않게 차가 막혀도 그저 여유롭다. 서부간선을 무시하고 목동길로 가면 언제나 빠르기 때문이다.
별 생각없이 차를 몰아 간다 차도 없고 앞차도 옆차도 속도를 낸다. 그 속에서 적당히 2차선을 골라 느리지 않게 달려간다.
10분이나 지났을까? 좌회전 차로와 1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던 차들이 보인다. 1차로에서 신호대기하는 꼴이 참 개념없다. 1차로에 대기하던 차와 가까워질 무렵 근 15미터 내외 정도 가까워지자 갑자기 1차로 차량이 움직인다. 하얀색 구형 아반떼의 미등에 갑자기 소름이 끼치며, 온몸의 털이 곤두 서는 것 같다. 깜박이도 안키고 들어오냐 싶으면서도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간다.
`벨트는 메고 있나?`
`멈추기엔 늦은 것 같다`
`피할 자리는 있나?`
`이미 3차로엔 승합차가 나란히 가고 있네?`
`이렇게 사고 나면 쌍방인가?`
`이런 씨XXXXX`
내 머릿속이 패닉에 빠져가는 순간에도 저 죽일놈의 하얀색 구형 아반떼는 꾸물떡꾸물떡 앞대가리를 들이밀고, 어느새 차선에 반쯤 걸쳐온다(정말 나를 못 본게 아닐텐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경차를 타서 다행이라 해야 할런지,
미꾸라지 처럼 우측으로 차선에 1/3 정도 걸쳐 흉물스런 구형 아반떼의 앞대가리를 피한다.
백미러가 닿을 만치 가까워온 3차로의 승합차도 놀란 눈치다.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는지 그대로 직진 주행이다. 닿았나 싶을 만큼 승합차에 근접하자마자 미친듯이 좌측으로 핸들을 돌리며 악셀을 얹은 발에 힘을 준다.
심장이 튀어나오려 하고, 이성이 돌아오려하는데 그 죽일놈의 구형 아반떼가 내 바로 뒤에서 태연하게 따라온다.
반쯤 정신이 튀어나간다. 비상등을 켤생각도 없이 차를 세우고 문을 박차고 나가 죽일놈의 차로 간다.
창문도 열지않고 고개만 까딱(정말 미세하게 까딱한다. 각도기로 재보았다면 10도를 안넘을 것이다)하는 꼬락서니에 진정되던 속은 다시 끓어오르며 도로 한가운데서 삿대질과 함께 쌍욕을 외친다.(차를 세우고 신호가 한번 바뀌었으니 참 오래도 진상을 부렸으나 내 속은 풀리지가 않는다 ...)
다시 파란불이 들어오며 내 정신도 돌아온다.(집에나 가야지...)라는 생각이 들며 멋적게 뒤돌아서 다시 집으로 향한다.
마을 어귀즈음 오자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낯선 얼굴이다.내가 사는 동네는 가구도 적어 얼굴만 봐도 누구네집 몇째아들,딸래미 구나, 누구 닮은게 어느 집 식구구나 하는 걸 알 수가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에 관심이 간다.
주차를하고 나와 담배를 문다. 산책하던 사람들은 신혼부부인지 참 다정해보인다. 못보던 얼굴들이니 뒤 고개너어 농장에 온사람들인가 싶다. 삽살게 한마리를 끌고 어깨동무도하고, 언덕을 올라갈때는 남자분이 어부바를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느릿느릿 넘어간다.
담배를 비벼끄는데 맘 한 구석이 헛헛하다. 허름한 차림새를 하고 다정히 시골의 밤길을 산책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니 더욱 그렇다. 나는 항상 저렇게, 소소한 행복을 즐기며 사랑하고, 또 살아가고 싶었는데, 왜 이러고 있을까 싶은 생각에... 그저 밤 공기가 텁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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